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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적 교육, 신앙과 공동체 사이에는 유사한 점이 있어 보입니다. ------------- 2. 앎의 코뮌에 접속하라 유년기...

by 주.평.  /  on Feb 02, 2009 17:57

공동체적 교육, 신앙과 공동체 사이에는 유사한 점이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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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앎의 코뮌에 접속하라
유년기라는 함정 : ‘우주란 무엇인가? 우주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 질문은 주희가 10대에 던진 질문이다. 그의 사상적 라이벌이었던 육상산 역시 열 세 살에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두 사람의 답은 전혀 달랐다. 전자는 우주의 유한성에 끌렸고 후자는 그 무한성에 매료되었다. 성리학과 심학은, 중국 사상사의 두 갈래가 그로부터 연원한다. 왕양명은 10대 시절, ‘격물치지’(格物致知)를 깨우치기 위해 대나무 앞에서 7일간 심사숙고하다 기절한 적이 있다. 그들은 어릴 때 남들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양명은 다섯 살까지 말문이 열리지 않았을 정도로 심하게 띨띨했고, 주희나 육상산도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그들은 단지 글을 배우면서부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을 뿐이다. 순진무구한 ‘유년기’에 그들은 우주를 사유하고 사물의 이치를 깨닫겠다고 달려들었다.
제도가 만든 유년기란 개념은 연령별 학습 제도를 위한 개념이다. 학교는 아이들을 유년기라는 연령대에 묶어놓고 그 단계에 맞는 사고만을 주입함으로써 나머지 다른 능력을 몽땅 회수해 버렸다. 이런 배치 하에서 공부한다는 건 미성년기에 학교를 가는 것이고, 동시에 자격증이나 학벌을 따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와 더불어 삶과 죽음의 문제, 우주적 무의식, 진리에의 열망 등은 공부의 영토에서 완전 축출되어 버렸다. 그것은 전문가, 종교인, 철학자의 몫이지 보통 사람들이 학교에서 탐구할 사항은 아니라고 간주된다.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유년기에 포함되는 순간, 공부와 삶 사이에는 돌이킬 수 없는 소외가 일어나게 된다.
학교와 ‘코뮌’의 차이 : 근대 사회에서 학교란 스승이 있고 학문이 있는 곳이 아니라, 어떤 제도나 시스템으로만 작동한다. 학교에 들어가는 것은 제도적 장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대입 때 학생들은 어떤 선생을 만나 어떤 학문을 터득하겠다는 발상을 전혀 하지 않는다. 학교의 위상, 그 학과의 사회 진출 비율, 그게 선택의 유일한 척도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벌이 높아질수록 공부와 삶 사이의 소외와 간극은 더욱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근대 이전, 학인들은 스승을 찾아 떠돌았다. 그 시절엔 공부를 한다는 건 어떤 스승의 문하에 들어간다는 걸 의미했다. 다시 말해, 그 스승의 경지에 도달하고 싶다는 발심이 공부의 출발이자 원동력이었던 셈. 그런 점에서 근대 이전, 배움터란 기본적으로 ‘코뮌’이었다. ‘코뮌’이라 기성의 권력과 습속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구성하고자 하는 이들의 자유롭고 창발적인 집합체 혹은 네트워크를 말한다. 스승을 만난다는 건 바로 그 코뮌에 접속한다는 뜻이었다.
그럼 왜 그토록 스승을 찾아 헤매었던가? 스승을 만나야만, 그 ‘코뮌’에 접속해야만, 지리멸렬하던 공부가 단번에 도약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인생역전’이 가능한 것. 스승이란 무엇인가? 길을 안내해주는 자이다. 그리고 도반이란 그 길을 함께 가는 벗들이다. 뭔가를 배운다는 건 어떤 경지에 오른 스승을 만나는 것이자 의기투합하는 벗을 모으는 일이다. 그것은 스승이면서 친구이고 제자이면서 동시에 평생의 지기가 되는 ‘코뮌적’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사제 관계도, 우정의 연대도 없는 곳, 거기에서 즐거운 지식의 생성은 결단코 불가능하다.
꿈은 이루어진다! : 그렇다면 학교의 제도적 속성이 부여하는 이 끔찍한 소외로부터 어떻게 탈주할 것인가? 무엇보다 고전의 지혜를 적극 응용해야 한다. 즉, 자기가 선 자리를 제도적 울타리가 아니라, 스승을 만나고 벗을 부르는 배움터로 전환해야 한다. 고전의 시대에 좋은 부모란 자식에게 훌륭한 스승을 찾아 주는 존재였다. 대학 밖에도 멋진 스승들은 얼마든지 있고, 또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나를 이끌어줄 존재들은 계속 출현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인복이다. 속된 말로 인복만 있으면 세상에 두려울 게 무에랴. 거꾸로 세상 모든 걸 다 가져도 인복이 없으면, 인생 참, 꿀꿀해진다.
공부는 ‘네트워킹’! : 지금은 대학을 향해 어떤 억압도 방해도 없지만 모든 학습망은 와해되었다. 모든 학교가 리모델링에는 성공했지만, 학생들은 스승도 없고 친구들도 없이 그저 죽은 지식만을 재생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인문학의 위기’를 유포하는 교수들에게 이렇게 되묻고 싶다. 과연 교수들이 대학 안에서 능동적인 학습망을 조직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주어진 커리큘럼만 단순 반복하면서, 프로젝트와 외유에 분주한 나머지 그저 세태만 탓하고 있다면, 다른 게 아니라 그런 행태 자체가 위기의 징후다.
소규모일지라도 사제간에 ‘즐거운 공부의 장’을 만들자. 그게 사방으로 퍼져 나가 집합적 관계망을 만들면 그게 곧 ‘앎의 코뮌’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적 열정뿐 아니라, 학생들과의 벽을 허물기 위한 일상적 노력도 필요하다. 가장 쉬운 방식은 세미나 때마다 소박한 파티를 여는 것이다. 세미나를 지식의 향연이자 음식의 향연이 되게 하는 것.
왜 공부는 여럿이 함께 한다는 걸 생각조차 못 하는가. 함께 모여 고전의 명문장들을 암송하고, 함께 토론하고, 그것으로 다양한 게임과 놀이를 만들어내고, 또 그 공부를 바탕으로 또 다른 ‘밴드’와 결합하고, 이게 바로 지식의 향연이다. “군자는 글로써 벗을 만나고, 벗으로써 어짊을 북돋운다.”



-고미숙,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서울 : 그린비, 200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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